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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리뷰: 책 개요, 줄거리, 캐릭터, 핵심포인트, 감상

by MTQ CLUB 2026. 9. 19.

목차

  1. 책 개요 및 작가소개
  2. 줄거리
  3. 주요 캐릭터
  4. 핵심포인트
  5. 감상


1. 책 개요 및 작가소개

에르베 르 텔리에의 『아노말리』 는 2020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그해 공쿠르상을 수상한 소설입니다. 국내에서는 2022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SF, 미스터리, 스릴러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중심에는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놓여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는 195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해 왔습니다. 프랑스의 실험적 문학 집단인 울리포(Oulipo)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울리포는 일정한 제약과 규칙을 활용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집단으로, 작품의 독특한 구성과 다양한 인물 설정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문학적 배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 설정은 간단합니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심각한 난기류를 겪은 뒤 무사히 착륙했는데, 약 106일 후 똑같은 비행기와 똑같은 승객들이 다시 나타납니다. 작가는 이 기묘한 사건을 통해 ‘자아와 대면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탐구합니다. 따라서 비행기의 이상 현상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마주한 인간의 선택과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줄거리

※ 작품의 주요 설정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3월, 파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006편이 심각한 난기류를 통과합니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하고 승객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약 106일 뒤, 동일한 비행기가 동일한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다시 나타납니다. 3월의 승객들이 이미 살아온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채 6월에 또 하나의 자신이 등장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극비리에 처리하고 과학자와 종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승객들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세상에 하나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기억과 과거를 공유하는 두 사람이 이후에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또 다른 존재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협력하려 하며, 누군가는 이를 새로운 삶의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비행기가 왜 두 번 나타났는가’라는 미스터리보다 자신과 완전히 동일한 존재를 만났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3. 주요 캐릭터

블레이크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청부살인업자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또 다른 자신까지 제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극단적인 자아 대면을 보여줍니다.

빅토르 미젤

소설가로, 작품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물입니다. 창작과 현실, 작가와 등장인물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슬림보이

나이지리아 출신의 유명 가수입니다. 성공한 삶의 이면에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앙드레와 루시

성공한 건축가 앙드레와 영화 편집자 루시는 사랑과 욕망, 관계의 문제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을 통해 현재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 핵심포인트

① 또 다른 나는 과연 나인가

똑같은 기억과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존재한다면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묻게 됩니다. 하지만 두 존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선택과 경험을 쌓게 됩니다. 결국 인간의 정체성은 과거의 기억뿐 아니라 이후의 선택에 의해서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합니다.

② 분신과 도플갱어

자신과 똑같은 존재라는 설정은 문학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소재입니다. 『아노말리』 의 특징은 선악으로 구분되는 분신이 아니라 나와 완전히 동일한 존재를 등장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을 타인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③ SF는 목적이 아니라 장치

『아노말리』는 SF적인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비행기의 이상 현상은 인간을 자신의 자아와 마주하게 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SF 스릴러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사고실험으로 읽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감상

"그렇지만 필로메드, 우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우리가 가상인 것이 완전히 같지는 않겠죠." 여성 진행자가 말한다.
"실례지만 그 둘은 같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고로 설령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할지라도 나는 존재합니다. 내가 사랑과 고통을 느끼는 방식은 바뀌지 않으며, 나는 고맙게도 확실히 죽을 겁니다. 그리고 세계가 가상이든 아니든 내 행동의 결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P.433)

 

책소개만 보고는 SF 장르물인 줄 알고 선택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철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비행기의 이상 운행이라는 소재는 흥미롭지만, 그것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은 아닙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비행기라는 공간과 이상 현상은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자아와 대면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사건과 반전이 빠르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SF를 기대한다면 다소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읽는 동안에도 생각하게 만들고,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곱씹게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를 타인으로 마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나와 동일한 존재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결국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문장이 많아서 여러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여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필사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아노말리』 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묻는 소설이었습니다.

 

참고:

아노말리 | 에르베 르 텔리에 | 알라딘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 쓴 에르베 르 텔리에 소설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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