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리뷰: 책 개요, 줄거리, 캐릭터, 핵심포인트, 감상

by MTQ CLUB 2026. 9. 20.

목차

  1. 책 개요 및 작가소개
  2. 줄거리
  3. 주요 캐릭터
  4. 핵심포인트
  5. 감상

 

1. 책 개요 및 작가소개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비비언 고닉의 2015년작 에세이이자 회고록입니다. 국내에는 2023년 글항아리에서 박경선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비비언 고닉은 1935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평생 뉴욕을 자신의 중요한 글쓰기 공간으로 삼아온 작가입니다. 《사나운 애착》을 비롯해 여성의 삶, 사랑, 우정, 가족과 독립에 관한 자전적 글을 꾸준히 써왔습니다.

이 책은 전통적인 회고록처럼 자신의 인생을 시간순으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뉴욕 거리를 걸으며 마주친 사람과 대화, 과거의 연애와 결혼, 친구 레너드와의 우정, 어머니와의 관계, 문학에 대한 생각 등이 자유롭게 이어집니다. 출판사에서도 이를 ‘서사적 콜라주’에 가까운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줄거리

※ 작품의 주요 내용과 개인적 경험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줄거리가 없습니다. 대신 화자인 고닉이 뉴욕이라는 도시를 걸으며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이 짧은 에피소드의 형태로 이어집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사람,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상점과 거리에서 나눈 짧은 대화가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고, 어느 순간 자신의 사랑과 결혼, 이혼, 우정과 고독에 대한 성찰로 확장됩니다.

그 중심에는 친구 레너드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정기적으로 만나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관찰합니다. 고닉은 레너드와의 관계를 통해 우정과 친밀함의 의미를 돌아보는 동시에, 자신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끊어온 방식도 들여다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도시를 걸으며 무엇을 보았고, 그것이 어떤 생각으로 이어졌는가’입니다.

 

3. 주요 캐릭터

비비언 고닉
책의 화자이자 관찰자입니다. 독립적인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랑과 관계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순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자신의 신경증적 성향과 옹졸함, 관계에서의 실패까지 드러내며 스스로를 미화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레너드
고닉과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온 친구입니다. 두 사람은 산책하며 사람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삶을 비춰봅니다. 고닉에게 레너드는 단순한 친구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확인하게 하는 일종의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뉴욕의 사람들
이 책에서는 특정한 인물뿐 아니라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버스 승객, 상점 주인, 이웃, 행인 등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고닉의 관찰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 속 인물이 됩니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등장인물처럼 기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핵심포인트

① 제목의 의미: ‘짝 없는 여자’

(P186.) 하나같이 강렬한 감동을 주는 소설들이었지만 내게 직접 말을 걸어 온 건 조지 기싱의 『짝 없는 여자들』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마치 내가 실제로 아는 여자들 남자들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무엇보다, 나는 스스로를 '짝 없는' 여자들 중 한 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제목은 조지 기싱의 1893년 소설 《The Odd Women》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기싱의 작품에는 결혼과 사랑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려는 여성이 등장하며, 고닉은 이러한 인물과 자신을 연결합니다.

여기서 ‘짝 없는 여자’는 단순히 남편이나 연인이 없는 여성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삶의 형태에서 조금 벗어나 혼자 살아가는 여성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고닉은 독립을 선택한 삶에도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 모순 자체가 책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② 플라뇌르(Flâneur), 도시를 걷는 사람
플라뇌르는 도시를 목적 없이 거닐며 거리와 사람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특히 19세기 유럽의 도시문화에서 플라뇌르는 자유롭게 공적 공간을 돌아다니며 도시를 관찰하는 존재로 형상화되었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역할이 주로 남성에게 허용되었습니다. 여성에게는 같은 방식의 도시 산책과 관찰이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닉은 바로 이 플라뇌르의 자리에 자신을 놓습니다. 뉴욕을 걸으며 사람들의 행동과 대화를 관찰하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장면을 자신의 기억과 사유로 연결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산만해 보이는 구성은 오히려 의도된 형식입니다. 책 전체가 한 여성이 도시를 걸으며 생각하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산책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③ 뉴욕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
고닉에게 뉴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공간입니다.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스쳐 지나가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각자의 외로움과 욕망, 갈등을 품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과 도시의 풍경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5. 감상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솔직히 조금 의아했습니다. 회고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 마주친 사람이나 버스와 지하철에서 본 장면, 친구와 나눈 대화 같은 것들이 과연 한 권의 책에 담길 만큼 중요한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이 사소함 자체가 고닉이 의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19) 거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우린 그 움직임을 사랑해야만 한다. 그 리듬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움직임 속에서 이야기를 빼돌려야 하며, 서사적 동력은 무한하면서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되 아쉬워하진 말아야 한다. 문명은 붕괴되는 중일까? 이 도시는 제정신이 아닌 걸까? 이 세기가 초현실적인 걸까?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자. 더 민첩하게 스토리라인을 찾자.

 

특히 ‘플라뇌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책을 바라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닉은 특별한 사건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도시를 걷습니다. 걷다가 사람을 보고, 대화를 듣고, 그 장면에서 자신의 과거와 관계, 외로움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끌어냅니다. 책의 형식 자체가 도시를 산책하는 행위와 닮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가기보다 생각이 연상작용을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닉의 솔직함이었습니다. 여성의 독립과 주체적인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습니다. 자신의 신경증적인 면이나 옹졸한 마음, 친구와의 단절 경험까지 숨기지 않습니다. 독립적인 여성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을 원하면서도 사랑과 관계를 원하고,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한 인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책 속의 시내버스와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무뚝뚝한 태도, 바쁜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관계,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제가 출근길에 매일 보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사도 문화도 전혀 다른 도시라고 생각했던 뉴욕에서 오히려 서울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는 국경을 넘어 비슷한 풍경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니 평소에는 지긋지긋하게만 느껴졌던 출퇴근길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거리와 사람들을 그저 지나쳐버리는 대신, 내가 지금 플라뇌르라고 생각하고 바라본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쩌면 별것 없어 보이는 하루의 장면에도 관찰할 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166239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